잘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맛집이라면 몇 시간이고 줄을 서서 먹어보는 사람도 있고요. 주문한 물건 배송이 오래 걸려도 개의치 않아하는 사람도 있고요. 상대가 약속 시간보다 얼마쯤 늦어도 너그러이 받아주는 사람도 있어요. 잘 기다리는 사람들이겠지요.
그중에는 느긋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을 테고, 그게 아니어도 대상을 기다리는 시간을 조급함 없이 잘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죠. 일단 저는 아닌데요. 그래서 잘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잘 기다리는지가 궁금해요.
그다지 기다려지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오는 것들을 기다리는 것 또한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어려운 건, 너무 기다려지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것들이죠. 당신이 이 레터를 받아 볼 때가 기다렸던 모든 것들이 당신에게 도착한 다음이었으면 좋겠네요.
한 가지 고백하자면, 저는 기다리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싫어해요. 맛집 앞에 줄을 선다거나, 몇 주가 걸리는 해외배송 상품을 산다거나 하는 일은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순전히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든 기다림에 약한 제가 더욱 약해지는 부분은 바로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 바라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는 일, 누군가의 결정이나 소식을 기다리는 일 같은 것들. 살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두고 기다리는 순간들이 너무 많잖아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 저는 그런 시간들이 괴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저를 대상으로 둔 누군가가 저를 기다리게 하는 일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약속을 앞두고 조금 일찍 출발하는 편이고, 답변을 기다릴 만한 사람에게는 지체하지 않고 답변해요. 나는 널 기다리게 하지 않으니, 너도 날 기다리게 하지 말아. 늘 이렇게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스멀스멀 조금씩 다른 생각이 듭니다.
기다려서 되는 일이 생각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몇 분쯤 늦더라도 머지 않아 상대는 약속 장소에 나타날 것이고요. 지금 당장은 없더라도 나중에 전해지는 마음이 있을 테지요. 기다리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들을 만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