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오후 10시 38분
월요일이 가기 전에 여러분에게 이 레터를 보낼 수 있을까요? 늘 그랬듯이 저는 해낼 겁니다. 해내지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병이 나버린 며칠이었습니다. 모른 척하고 무난히 지나보내고 싶었는데 기어이 병이 커져서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고, 약속을 취소하고 침대에 누워 펄펄 끓는 이마를 식혀야 했지요.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는 법이잖아요. 약한 마음을 꽁꽁 숨겨두고 들키지 않고 싶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꾸며 보았는데 역시나 누군가에게는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약한 마음으로 저지른 사소한 실수가 어떤 결말을 불러올지 아직은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저는 이런 저를 귀엽게 봐 주겠습니다. 제가 아니면 누가 봐줘요..
내 마음이 평생 튼튼하고 강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럴 순 없으니까요.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약해지는 때를 잘 지나가야 합니다. 약해진 마음을 잘 돌보면서 다시 강해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왜, 우리 퇴근 시간을 기다릴 때 생각해보면 1분 1초가 정말 안 가잖아요. 그런 것처럼 약한 내 마음을 내 속에 두고, 강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정말 쉽지가 않거든요. 언제 강해지나 계속 들여다보면서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린 서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약한 때에 당신이 와서 그 시간을 함께 견뎌주기를, 당신의 마음이 약해진 때에 내가 가서 곁을 지켜주기를 잘 해내야 해요. 모두가 함께 오래도록 서로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요. 이 레터를 받아 보시는 여러분에게는 앞으로 저의 약한 마음을 자주 내어 보일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약한 마음도 나누어주면 좋겠는 마음 때문입니다. 올 봄에는 꽃 구경을 실컷 했습니다. 이런 봄도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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