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회 발송을 목표로
패기롭게 8,9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유료 결제를 했건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2월의 끝자락을 겨우 접어두고 3월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레터를 처음 보냈던 날, 2월 목표 세 가지를 공표했었는데요. 싹 다 못 지켰습니다. 그래도 그 목표들을 세웠던 때 바라던 대로 운동을 열심히 했고 건강한 식단도 꽤 해냈답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말, 이럴 때 쓰는 것이 맞죠?
이번 2월은 하루가 더 있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오래 산 듯한 기분이 드네요. 계속해서 2월이었던 것 같아요 꼭. 그래봤자 다른 달보다 하루이틀 적은 시간이었는데도요.
2월을 다 지나고, 3월 맛보기까지 마친 일요일 끝에 내가 지난 29일간 어떤 생각을 했었나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을 고민했나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우선, 에어팟 한 쪽이 얼마 전부터 말썽이었는데 더 심해졌습니다. 왼쪽 유닛이 지지직거리는 문제인데요. 이러다가 괜찮아지기도 하고 계속 지지직거려서 오른쪽만 사용하기도 하며 모른 척 지내고 있답니다.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둘째로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누군가를 사랑만 할 줄도 모르면서 마음 편히 미워하지도 못하는 제 자신에 대해 고찰했답니다. 사람 마음이 어떻게 미움 하나만, 사랑 하나만 할 수 있겠냐 싶다가도 너무 쉽고 빠르게 뒤집혀버리는 저의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한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는 무뎌지는 것의 장단점에 대한 생각과 고민입니다. 하는 일이 손에 익을수록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지고 누군가의 얼굴이 눈에 익을수록 사랑도 슬픔도 커지는 법이잖아요. 반대로 배우는 것 없이 지루해지는 날들과 너무 당연해서 가끔 잊게 되는 것들이 덮쳐오는 때면 그건 또 그대로 힘에 부치는 법이지요. 웃긴 게, 모든 것에 무뎌지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겨우 몇 가지에 무뎌졌다고 비슷한 다른 것들도 그렇겠지 하며 쉽게 생각해버린다는 거예요.
역시 말문을 트는 데에는 고민만한 주제가 없나봐요. 그럼 다음으로는 제가 어떤 것들에 기뻐했는지 생각해볼게요.
우선, 2월은 설 연휴가 있었잖아요. 쉬는 것만으로도 퍽 좋았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일본어 공부를 해냈다는 사실에 더 많이 기뻤습니다. 연휴가 지나고서도 퇴근 후 도서관에 가 기어이 '일본어 첫걸음'을 끝냈다구요. 실로 오랜만에 얻은 성취감이라 그런지 2주 간의 공부로 얻은 성취감을 2주 넘게 즐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다음으로는 큰 일을 별 탈 없이 지나보냈다는 사실이 잔잔하게 기뻤답니다. 물론 그 일을 준비하면서, 진행하면서, 끝나고 나서도 스트레스 받고 눈물짓기도 했지만 어쨌든 끝났다는 사실이 절 기쁘게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헤어짐을 (아직 멀었지만)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된 나의 성장...이 기쁩니다. (ㅋㅋ) 저는 좀 구질구질한 편이라서 밖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거든요. 그런데 위에서 말한 무뎌진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전 같았으면 못 그랬을 일도 에휴 하고 넘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2월은 웃기게도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헤어짐이 몇 번 있었고, 새롭지 않은 헤어짐도 몇 번 있었는데 한번도 눈물짓지 않았답니다. 후자의 경우는 함께 일한 동료들의 계약 종료라는 헤어짐이었는데, 사실상 제 마음 속에서 헤어짐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에 더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헤어짐이 괜찮아진다는 게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제가 우는 게 힘이 드니까요. 굳이 나누자면 기뻤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