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사실 제가 이 편지를 쓰는 지금은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에요. 또다시 2주 만에 찾아온 터라 머쓱합니다. 이번 주는 꼭 보내야지 싶어서 토요일 밤,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나요? 저는 대체적으로 평온하지만 자주 슬프고, 가끔 아프고, 꾸준히 사랑받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커지는 때면 으레 슬퍼집니다. 슬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사랑해야겠어요.
10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다 간 건 아니지만 벌써 28일을 코앞에 두고 있잖아요. 당신의 10월이 어땠을까요. 저의 10월은 피곤했습니다. 잠이 부족했고, 부족한 잠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곤두선 신경은 마음을 뾰족하게 만들었고, 결국 뾰족한 마음이 가까이 있는 사람을 찌르곤 했습니다. 어리광과 짜증이 습관이 되면 안 되지요. 제가 지금보다 더 어렸던 어떤 날에 모든 것을 잃어가며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인데요. 배운 걸 써먹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그래도 누군가 안부를 물어 온다면, 잘 지낸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일상입니다. 일을 하고요. 사랑을 하고요. 대화를 하고요. 운동을 합니다. 간간이 책도 읽고, 띄엄띄엄 글도 씁니다. 울고 웃고 하는 건 셀 수도 없고 미워도 하고, 보고 싶어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너무나도 더웠던 여름을 지나는 동안 친구들을 많이 못 봤어요. 날이 조금 선선해지고 부랴부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익숙한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가 적당한 비율로 오가는 시간이었어요. 아는 사람의 모르는 이야기와 모르는 사람의 아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재밌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답니다. 보통의 수다가 그렇듯이요.
2024년의 마지막 일요일이 가기 전에 책상에 앉았습니다. 지난 두어 달간 꾸준하게 키워 온 부채감을 살살 어르고 달래며 오랜만에 세인레터를 열어 보았어요. 지난 10월의 저는 당신에게 보낼 편지를 여기까지 써 놓고 감춰 두고 있었네요.
두 달 전 이야기라고 하기가 무색하게 저는 비슷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야지 했는데.. 진짜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한 자씩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편지가 끝내 주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좋다는 건 당신이 판단하겠지만요. 대체로 야속하게 하루, 한 주, 한 달이 흘렀어요. 편지를 보내지 않은 일요일이 반복될수록 의무감은 옅어지고 실망감은 짙어지고 그랬습니다. 이 편지를 시작으로 매주 당신을 찾아갈 수 있을지도 지금은 모르겠어요. 어떤 날에 도착한 제 편지를 당신이 반겨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당신의 2024년은 어땠나요. 당신의 가을이 어떻게 끝났는지, 당신의 겨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한 게 많습니다. 당신은 어떤 2025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요. 저의 2024년을 돌아보니 새로 시작한 것들이 많이 떠올라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분명 그 전의 것을 끝내었을 텐데, 그런 것보다는 새로 시작한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니 새로운 것들이 제 안에서 잘 정착한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끝낸 것들도 적지 않게 사랑한 것들이었지요. 당신이 알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끝에 약한 사람입니다. 마무리, 이별, 종료 그런 것들이 아직도 어렵습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좀처럼 담담히 이겨 내질 못하는 저에게 올 한 해는 잘 끝내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무언가가 떠나야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이 찾아오고, 새로운 것이 찾아오지 않아도 그 공간이 여유가 되고, 잘 보내야 그만큼 잘 받아들일 수 있다 뭐 그런 것들을 배웠습니다. 저 지금 새로 시작한 것들보다 끝내고 보낸 것들을 더 애틋해하고 있네요. 이것도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의 언젠가 새로이 시작하여 지금까지 제 곁에 있는 것들이 확실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간 것들을 애틋해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원래 그렇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