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더웠던 9월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더운 날들이 지나고, 옷장 깊숙이 넣어 둔 두꺼운 외투들을 하나씩 기억해내고 있는 요 며칠입니다. 레터를 보내지 않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요.
모두들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저에게는 몇 년 전부터 명절 연휴가 온전히 쉬는 날이 되었습니다. 며칠 피로가 쌓인 터라 푹 쉬겠노라 다짐했는데 왜인지 조금 더 병이 나버린 추석 연휴였습니다. 무리하지 않아야지, 약 먹은 날은 술 먹지 말아야지, 술도 적당히 먹어야지 여러 가지 결심을 했네요...
비가 많이 오고 나서 날이 시원해졌어요. 날이 화창하고 시원하니까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좋더라고요. 운동하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좋고,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요. 시선이 닿는 곳마다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휴대폰을 드는 순간이 잦아졌어요. 이 짧은 가을을 만끽하렵니다.
날이 시원해지면서 일교차가 커졌잖아요. 해가 지면 쌀쌀한 기운이 돌아서 아침마다 외투를 챙겨야 하나 고민하곤 합니다. 저는 추위를 많이 타고, 또 더위보다 추위를 더 못 견디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교차가 큰 요즘 같은 날씨에는 여지없이 손이 차가워지는데요. 어쩌다 누군가와 손이 닿으면, 가끔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손이 왜 이렇게 차갑냐'는 말인데요. 왜인지 저는 이 말이 다정하게 느껴져요. 보통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차가운 저의 손을 다시 잡고 녹여 주곤 합니다.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는 것, 어쩌다 닿은 손의 온도를 자각하는 것, 냉기를 느끼고 물어봐 주는 것, 자기 손의 온기로 차가운 나의 손을 녹여 주는 것 등등 그 짧은 순간이 많은 것들을 시사합니다. 차가운 손을 가진 분들이라면 다들 생각 나는 장면 하나쯤은 있으시죠?
추운 날이면 차가운 손이 억울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는데요. 때마다 '손이 왜 이렇게 차갑냐'고 하며 언 손을 녹여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동안의 겨울을 잘 지나올 수 있었겠지요. 따뜻한 손과 따뜻한 마음이 합쳐져 저를 녹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고마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