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는 알람이 원망스러운 아침
좋든 싫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며칠 안 되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렇게 괴롭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새로 드나드는 장소는 서교동인데요. 실제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사람이 너무 많고.. 차도 너무 많아서 요 며칠은 따릉이를 이용했습니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아닌 곳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또 익숙지가 않아서 걱정했지만 걱정만 하고 있는 것보다야 무서워도 꾸역꾸역 달려 보는 것이 맞지 싶어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전거로 잘 다니도록 닦아 놓은 길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주차된 차와 달리는 차 사이를, 이어폰으로 귀를 막은 사람 옆을, 그밖에도 그냥 거기 있을 뿐이지만 꼭 장애물처럼 느껴지는 많은 것들을 피해 달려야 하는데요. 여간 무서운 게 아닙니다.
무언가를 피하거나 어떤 것들 사이를 지나가야 할 때면 넘어지지 않고 부딪히지 않고 잘 지나가기 위해 긴장하곤 합니다. 좁은 틈에 시선을 두고 그 사이를 지나가려 하면 잘 가다가도 괜히 핸들에 힘이 들어가서 비틀거리거나 멈추게 되더라고요.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넓이인데도 자꾸만 멈칫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해결 방법을 열심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멀리 보면 되더라고요. 어차피 자전거 바퀴와 페달을 밟는 두 발만큼의 간격이면 지나갈 수 있잖아요. 이미 그만큼의 틈이 확보가 되었다면 차라리 멀리 보는 거예요. 지나가야 하는 좁은 틈에 시선을 두지 않고 가야 하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멀리 두고 달리면 비틀거리지도, 멈추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운전을 시작할 때에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차선의 중앙에 맞게 달리는 게 영 어려워서 겁이 나고, 핸들에 힘이 들어가서 차가 비틀거리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도 똑같이 가까이 있는 차선 말고 내가 달리는 도로 멀리에 시선을 두고 운전을 하니까 차선 맞추는 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당신이라면 아시겠죠.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문제들이 있을 겁니다. 그 문제들은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이지만, 내가 지나가기엔 너무 좁은 틈만 남은 것 같아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모든 문제들을 피해 갈 수 있다고, 모든 틈을 지나갈 수 있다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요. 지나가지 못할 만큼 좁아서 결국 지나가지 못하는 틈은 또 얼마나 많고요.
그래도 모든 문제와 모든 틈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피해갈 수 있는 문제와 지나갈 수 있는 틈이라면 너무 많은 힘을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괜히 비틀거리게 되고 멈추게 되고 잘못하면 넘어질 수도 있잖아요. 내 앞에 놓인 어떤 것들에 시선을 두지 않고 조금 더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멀리 보면서도 계속해서 페달을 밟으면 저절로 지나가게 될 거예요. 나는 가던 길을 갔을 뿐인데 그것들을 잘 통과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괜찮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