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계절을 소개합니다
겨울에 시작한 레터가 봄을 지나, 여름을 건너, 가을을 기다리는 월요일에도 당신에게 닿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여러 모로 고맙습니다.
당신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가요. 여름이나 겨울이라 답하는 용감한 사람도 있을 테고요. 봄이나 가을이라 답하는 낭만적인 사람도 있겠지요. 네 계절을 실감하기 시작한 날들과 비교하면 요즘의 여름과 겨울은 마냥 사랑할 수만은 없는 날씨들로 변한 것 같고요. 봄과 가을은 짠할 만큼 짧아진 것 같아요.
여름에 태어난 사람답게,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때도 있었는데요.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가을이에요. 저는 추위를 많이 타는 터라 감히 겨울을 가장 좋아하기는 어렵고요. 남은 건 봄과 가을인데, 둘 중 가을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폭신한 외투, 지글지글 끓는 전기장판 같은 것들과 이별하는 것도 어쩐지 아쉽고요. 날리는 꽃가루와 미세먼지로 비염이 도지는 탓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봄이 어려운 이유는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서예요.
새로 시작하는 것은 분명 설레는 일이지만 어쩐지 저에게는 익숙해진 것들과 이별하는 시간이 더 어렵게 느껴져요. 또 새로이 만난 것들에 적응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이 시작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개나리와 목련, 벚꽃이나 추위를 걷어내고 스며드는 온기, 봄 캐럴 같은 것들을 사랑하지만요.
그래서 남은 가을을 가장 좋아하고 있습니다. 흐린 하늘이나 무더운 밤, 귀찮은 모기, 눅눅한 빨래를 견디고 만난 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 자연스레 너그러워지는 얼굴까지 가을에는 좋은 것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봄에 만난 것들이 적당히 눈에 익어갈 때쯤 이런 좋은 것들을 만날 수 있으니, 어찌 가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가을에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 없냐 하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을에 무언가를 시작한 해도 많고요. 우선 날씨가 풀리면 그동안 미뤄왔던 것들을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니까요. 어쨌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계절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더불어 당신이 올 가을 새로이 시작하는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지난한 여름을 건너온 우리를 환하게 맞아주는 이 가을 앞에서 당신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