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오브 더 디스코 - Shining Road
드라이브 좋아하시나요? 저는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도 드라이브를 좋아하기는 했는데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원하는 대로 다닐 수 있게 되니, 드라이브가 더 좋아졌습니다.
모든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건 또 아니고요. 주로 운전석에 하나, 조수석에 하나 이렇게 둘이서 하는 드라이브를 참 좋아합니다. 물론 함께 드라이브를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주보고 있는 것도 좋겠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앉아 있을 때 나누는 이야기가 참 좋아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쉬운 날들이 자주 있습니다.
저의 첫 드라이브는 아마 운전석에 앉아 계신 아빠와 함께 한 것이었겠죠. 부모님께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그들과의 드라이브가 더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밥상을 앞에 두고 엄마, 아빠와 마주 앉아 있을 때에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상하게도 조수석에 타 있을 때에는 술술 나오더라고요. 나무 사이를, 밤 도로를, 물가를 옆에 두고 달릴 때면 때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디서 그렇게 생기는지 음악도 틀지 않은 차 안이 수다로 가득 찹니다.
곁에 있는 누군가와 같은 방향을 보며 달리는 것은 드라이브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우리는 친구와, 애인과, 가족과 서로 합의한 도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겁니다. 가다가 '시커먼 먹구름'을, '싫었던 추위'를, '지겨운 날들'을, '미웠던 사람'을 만나겠지요. 반드시 만날 겁니다. 그때마다 곁에 앉은 그 사람의 손을 잡아볼 수도 있겠어요.
그런 것들을 잘 보내주고 '기름을 한가득 채'운 다음, '다시 출발'하면 또 드라이브가 시작인 겁니다. '내일을 알진 못해도 난 네 옆에만 있으면 돼' 하는 마음이면 평생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더위가 한풀 꺾였습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구경할 여유도 조금은 생겼고요. 때때로 당신을 찾아와 당신을 무너뜨리는 모든 것들이 이 계절의 더위와 함께 한풀 꺾였기를, 그래서 예쁜 하늘 사진 한 장 찍을 여유 같은 것들이 당신을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자꾸만 레터를 건너뛰어 미안합니다. 이번 레터도 읽어 주어 고맙습니다. 그밖에 것들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