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푹 빠져 있는 것들 중 하나를 나누어 볼까요
저는 요즘 일을 쉬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저의 의지로 채울 수가 있어요. 자고 싶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요. 밥은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만나고 싶은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요. 얼마나 갈지 모르는 이 자유로운 시기를 너무 불안하게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좋아하는 것들로 많은 시간을 채우고 있는 요즘, 유독 더 좋아지고 많이 찾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배드민턴이에요. 저는 옛날부터 배드민턴을 좋아하긴 했어요. 특히나 작년 여름부터는 독립문, 이대, 마포, 광나루 곳곳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쳤답니다. 배드민턴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좋은 운동이지만, 혼자 할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어요. 같이 배드민턴 쳐줄 친구가 없으면 할 수가 없잖아요. (세진이는 10번 부탁하면 3번 정도 같이 쳐줌)
본격적으로 배드민턴을 배워보면 어떨까 하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레슨 때 배운 것들을 익히고 써먹을 시간이 필요한데, 혼자서는 절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구 따라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처음 동호회에 간 날 받은 충격이 생생해요. 세상에 배드민턴을 잘 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고.. 근데 이 사람들이 배드민턴 선수가 아니라고..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 다들 이렇게 운동을 한다고.. 벤치에 앉아서 구경만 해도 시간이 훌쩍 가버리더라고요.
공통의 관심사 하나를 목적으로 모인 모임은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배드민턴화를 신고 라켓을 들고부터는 누가 몇 살인지, 어디서 뭐하는 사람인지 신경쓸 겨를이 없더라고요. 셔틀콕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그 몇 시간이 각자의 하루를 굴러가게 한다는 사실만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나눈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유대감 같은 것도 처음 느껴본 것 같아요. 깨끗이 단장한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망가졌다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보이는 사이인 거잖아요. 이게 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더라고요.
물론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나 문제가 생기지만요. 본래 목적에 초점을 맞추면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지 않을까 하는 뉴비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취미가 생기면 늘 그렇듯 요즘 제 장바구니는 배드민턴 관련 용품으로 가득 차 있어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나의 삶이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더운 날, 비 내리는 날, 선선한 날, 습한 날, 화창한 날, 흐린 날이 번갈아가며 자리하는 요즘인데요. 지금 당신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푹 빠질 수 있는 게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없다면 같이 찾아볼 수도 있겠어요. 관심 있다면 같이 배드민턴을 쳐볼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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