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 한 해에 네 번 정도는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고 소원을 빌곤 합니다. 아슬아슬하게 쌓여 있는 돌탑 앞에서, 까만 밤에 울려 퍼지는 불꽃 앞에서, 햇살이 부서지는 수평선 앞에서, 해마다 하나씩 늘어가는 촛불 앞에서 소원을 빕니다.
저는 오랫동안 한 가지 소원만 빌어왔었는데요. 언제나 어디서나 실패 없이 먹히는 소원이라 생각해서 한 10년 넘게 그 소원만 빌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그 완벽함이 조금 시시해져서 때마다 다른 소원을 빌고 있답니다. 소원은 비밀로 해야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이제 저는 다른 소원을 빌 거니까 그 소원이 뭐였는지 알려줄게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이것이었습니다. 혹시 앞으로 같은 소원을 빌고 싶어지면 저한테 비밀로 하고 맘껏 갖다 쓰세요.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완벽한 소원을 잠깐 치워 두고, 구체적 소원을 빌기 시작하고부터 이상하게 머지 않아 그 소원들이 이루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용감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하고 빌었던 해에는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유럽 여행에 다녀 왔고요. '선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했던 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어요. '기복 없이 가족에게 잘 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하고서는 가족과 큰 다툼 없이 지냈(.........)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구체적 소원이라는 건 다짐과도 닮아 있더라고요. 어떤 나를 만나 어떤 날을 보내고 싶은지가 소원이라는 장치로 나타나는 거죠. 결국 소원을 이루어내는 건 나 자신이었던 겁니다. 기특하네요.
지금 당신이 어떤 소원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소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요. 나누고 싶은 소원을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