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 Big Love
뭐 얼마나 크길래 'Big Love' 하고 이름붙였을까. 삐딱한 귀(?)로 듣기 시작한 노래에 몇날며칠 정신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만 특별해 보이죠.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이 이거 하나인 양, 우스운 착각을 습관처럼 하게 됩니다. 내 마음의 사랑이 온전할 때에는 그것도 귀여워 보여요.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하고 예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괜스레 얄미워 보입니다.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나봅니다.
화자는 대상과의 사랑을 마음껏 추앙합니다. 화자와 대상 사이에는 '남들'이 '닿지 못할 깊이가 있'다고, '혀에 녹지 않을 것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어떤 것들이 '혀'에 녹는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닐 텐데도요. 사랑에 빠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귀여운 착각 같아요.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뒤이어 나오는 노랫말에 저는 화자를 더 이상 귀엽게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사랑'이 '자로 잰 듯이 반듯'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는 사랑을 하는 사람이 진짜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늘 커다랗고 힘이 센 사랑을 하는 터라, 그만큼 슬프고 모난 순간들도 뒤따라 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 사랑이 늘 어딘가 뾰족하다고 생각해요. 내내 사랑만 해도 모자란 이 시간에 방해꾼처럼 등장하는 심술이 항상 고민이기도 했고요. '자로 잰 듯이 반듯'한 사랑이 무얼까, '절대로 엉키지 않'는 사랑이 무얼까 생각을 멈출 수가 없는 요 며칠입니다.
저는 지금 제주에 있습니다. 내일 오전이면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타 있겠죠. 생각해 보니 제주의 봄을 겪는 것이 처음이더라고요. 처음 만나 본 제주의 봄은 가을, 겨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봄은 봄이지요. 겨울을 지나 보내고 여름을 기다리는 시간은 늘 유일합니다.
유난히 사랑 타령을 많이 한 늦겨울~봄이었는데요. 곁에서 그 모든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들에게 이 레터를 기회 삼아 알립니다. 때마다 늘어놓은 하소연에 섞인 사랑을 다 모아도 너 하나를 향한 사랑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요. 화수분처럼 샘솟는 사랑을 갖고 태어난, 찌르면 피 대신 사랑이 줄줄 새어 나오는 친구를 둔 탓이니 조금 더 견디라고요. 고맙습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합시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