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에 대하여
비 내리는 일요일이었습니다. 모두들 하루 동안 넘어지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저번 레터는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들 중에 좋아하는 모습이 어떤 게 있는지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범위를 좁혀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당신은 당신을 좋아하시나요? 다양한 대답이 들려올 듯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저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살면서 제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 적도 있긴 했었는데요. 어쨌든 지금은 제가 참 좋아요. 잘 좋아하고 있어요.
우리는 보통 좋아하는 사람의 대부분의 모습을 좋아하지만, 특히나 더 좋은 부분들이 있잖아요.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아도, 그 사람이 지난 주에 입은 셔츠 색이라든지 좋아하는 부분 하나쯤은 자꾸자꾸만 생겨납니다.
당신이 당신을 좋아한다면, 특히나 더 좋아하는 모습이 궁금하고요. 당신이 당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좋아지는 당신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이번 레터는 답장이 더 많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맨입으로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저의 모습을 적어가볼게요. 진부한 얘기부터 먼저 하자면, 저는 글과 함께하는 제가 좋습니다. 글을 읽는 모습과 글을 쓰는 모습이 좋아요.
또 저는 저의 머리 묶은 모습을 좋아합니다.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나..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묶은 머리를 좋아합니다. 긴 머리보다는 짧은 머리, 푼 머리보다는 묶은 머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저라고 예외는 없겠지요.
제가 웃을 때도 좋아해요. 이건 또 다방면으로 좋은 모습인데요. 그냥 웃는 제 모습도 좋고, 제가 웃을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도 좋고, 그 상황에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웃음 장벽이 낮아서 자주 좋아할 수 있어요.
근래에 좋아하게 된 저의 모습으로는 기다리는 모습이 있어요. 기다리는 걸 이상하리만치 싫어하던 제가 어떤 시간들을 지나며 기다림에 대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잘 기다려보기로 다짐했거든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잘~ 기다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어찌저찌 기다려보는 저의 모습이 좋습니다.
당신이 당신을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제가 당신을 좋아하니까 지금 당장은 비긴 겁니다. 제가 또 아무나 좋아하지 않거든요. 당신은 제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는 말이니까요 당신 또한 금방 당신이 좋아질 겁니다. 차분히 생각해보시고 여유 있을 때 답장 주세요. |